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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이 부정적인 이유와 그럼에도 포퓰리스트가 필요한 이유 |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는 많이 등장합니다. 주로 정치에서 좌와 우로 나뉘어 상대방 진영을 공격하는 단어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포퓰리즘이 부정적인 이유와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포퓰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퓰리즘이란 무엇인가
포퓰리즘은 기존 정치나 체제나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부패하거나 기득권화된 엘리트에 맞서 일반 대중의 이익과 의지를 직접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접근 방식 혹은 이념을 의미합니다.
대중과 엘리트라는 두 개의 집단으로 사회를 나누고 스스로가 부패하고 특권화된 엘리트에 맞서 '순수한 대중'의 진정한 의지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적 접근 방식 이라고 정의하면 되겠습니다.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면
1. 단순히 대중과 엘리트를 나누는 것을 넘어서 기존의 정치, 경제, 문화, 엘리트들이 대중의 이익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특권만을 추구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대중이야 말로 옳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감정이나 요구에 직접적으로 호소하고 따르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2. '반엘리트주의'를 내세우며 본인들은 '순수한 대중'이라는 상상을 하며 복잡하고 다양한 대중을 하나의 동질적이고 순수한 존재로 상정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들을 '순수한 대중'의 목소리라고 주장하며 정당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3. 의회, 정당, 기존 언론 등 대의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들을 '엘리트의 도구'로 불신하고, 지도자가 직접적으로 호소하거나 소통하려고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4. 포퓰리즘 자체는 구체적이고 일관된 정책 강령이나 철학이라기 보다는 정치적인 스타일이나 전략에 가깝습니다. 즉, 다양한 이념과 결합하여 특정 사회 문제나 대중의 불만에 편승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정리하자면 포퓰리즘은 반엘리트주의를 핵심으로 '순수한 대중'의 이름으로 기성 엘리트와 제도를 공격하고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호소하며 권력을 얻거나 유지하려는 정치 행태 전반을 의미합니다.
좌파 포퓰리즘
주로 경제적 불평등 해소, 분배 정의, 복지 확대 등 경제/사회적 계층 문제에 집중하여 좌파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대중에게 호소하며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 합니다.
'순수한 대중'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반엘리트주의 정서를 공유하면서 좌파적인 이념과 의제를 강하게 결합한 형태로 보시면 됩니다.
주요 특징을 나열해 보자면
1. 대중은 주로 '경제적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사람, 노동자, 서민, 빈곤층 등 소외계층 등을 의미하며, 이들을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정당한 이익을 가진 집단으로 묘사합니다.
2. '엘리트'는 주로 경제 권력을 가진 집단. 즉, 대기업, 금융 자본, 재벌, 정치 엘리트 등 '대중'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존재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3. 경제적 불평등 해소 및 분배 정의 강조, 복지 확대 및 공공 서비스 강화, 자본 및 부유층에 대한 비판과 규제, 노동자 권익 보호, 반신자유주의 및 반긴축재정, 사회적 연대 및 평등 강조 등의 주장을 내세웁니다.
우파 포퓰리즘
주로 국가 정체성, 안보, 사회 질서, 문화적 가치 등 상대적으로 우파적인 의제를 중심으로 호소하며 '우리 국민'대 '그들'(이민자, 외부 세력, 부패 엘리트 등)의 구도로 나누어 대중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반엘리트주의를 표방하면서도 그 내용과 강조하는 가치, 그리고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엘리트'의 범위에서 우익적인 색채를 띕니다.
주요 특징을 나열해 보자면
1. 국가주의 및 민족주의 강조, 사회 보수주의, 반이민 및 외국인 혐오, 강력한 지도자 선호, 법과 질서 강조 및 권위주의적 성향, 자유 시장 경제 옹호 등의 주장을 내세웁니다.
2. 다만 자유 시장 경제 옹호의 경우에는 특정 산업 보호나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을 내세우기도 하며 일관되지 않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포퓰리즘과 반엘리트주의
반엘리트주의는 포퓰리즘의 주요 핵심적인 구성 요소이지만, 포퓰리즘은 반엘리트주의 그 이상입니다.
반엘리트주의라고 하자면 단어 그대로 엘리트(기득권층)에 반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엘리트가 부패했거나, 무능하거나,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일반 대중의 삶이나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판하는 모든 관점을 포괄할 수 있습니다. 개혁을 주장하는 많은 정치 운동이나 비판적인 시민 의식 속에도 반엘리트주의적 요소는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반엘리트주의)에 몇 가지 요소들이 추가됩니다.
1. '순수한 대중'의 개념을 넣어 단순히 엘리트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동질적인 대중'이라는 존재를 설정합니다. 그리고 '나'또는 '우리 운동'만이 이 순수한 대중의 진정한 의사를 대변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반엘리트주의는 엘리트를 비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만, 포퓰리즘은 엘리트 비판과 더불어 '대중'을 이상화 하고 자신과 동일시 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2. '순수한 대중'과 '부패한 엘리트'라는 두 진영으로 나누고, 이 둘을 도덕적 대립 구도로 설정합니다. 엘리트는 단순히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세력이 아닌,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대중의 이익을 해치는 '악'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 '오직 나만이 대중을 대변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자신들만이 분열되지 않은 '대중'의 목소리라고 주장하며,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다른 정치 세력이나 심지어 대의제적 제도(의회, 정당 시스템 등)까지도 '엘리트의 일부'이거나 진정한 대중의 뜻을 왜곡하는 존재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반엘리트주의는 엘리트에 대한 비판이라는 방향성을 나타낸다면, 포퓰리즘은 이러한 반엘리트주의를 핵심 동력으로 삼아 '순수한 대중'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사회를 도덕적으로 이분법화하여, 자신만이 그 대중을 배타적으로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특정 형태의 정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반엘리트 운동이 포퓰리즘은 아니지만, 포퓰리즘은 언제나 강한 반엘리트주의를 포함합니다.
그래도 포퓰리스트는 필요한가?
포퓰리즘이라는 단어는 좌, 우를 가리지 않고 부정적으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퓰리즘이라는 이념을 앞세워 단순한 문제 해결 방식, 사회 분열 조장, 기존 제도 악화, 비현실적인 정책 남발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포퓰리스트 혹은 포퓰리즘적 현상이 등장하는 사회적 배경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하거나 때로는 긍정적인 역할이 있습니다.
1. 기존 정치 시스템의 실패를 드러내는 신호 : 포퓰리즘은 기존 주류 정치, 엘리트, 또는 제도가 대중의 요구와 불만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상당수 국민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무시당하고 엘리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고 느낄 때, 포퓰리스트가 나타나 '바로 내가 대중의 목소리다'라고 외치며 지지를 얻습니다. 따라서 포퓰리스트, 포퓰리즘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시스템이나 대의 기관에 어떤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등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 간과되었던 문제의 공론화 : 주류 정치에서 다루기를 꺼리거나 복잡해서 회피했던 문제들(ex. 고질적인 불평등, 특정 지역의 소회, 부패 문제, 사회 변화로 인한 불안감 등)을 포퓰리스트들이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단순화시켜 대중에게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과정이 자극적이고 단편적일지라도, 오랫동안 무시되었던 문제들을 정치 의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3. 정치 과정에서 소외된 계층의 동원 : 기존 정치에 환멸을 느끼거나 소외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포퓰리스트 지도자에게 매력을 느끼고 정치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기존 시스템 하에서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그들의 좌절감이나 요구를 가시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4. 기존 엘리트 및 제도의 각정 촉구 : 포퓰리스트의 도전은 기존 정치 세력이나 제도로 하여금 자신들의 안일함이나 무능력을 반성하고, 대중과의 소통 방식을 바꾸거나 더 나은 정책을 제시하도록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는 대중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개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포퓰리즘 자체가 바람직한 정치 형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포퓰리스트와 포퓰리즘이 등장하고 영향력을 얻는다는 것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 특히 기성 정치세대와 대중 사이의 괴리가 심하다는 방증일 수 있습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이 위험하고 부작용이 클지라도, 문제를 제기하고 소외된 목소리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존 시스템의 변화나 개선을 위한(의도치 않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의 '필요성'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이는 포퓰리즘 자체의 긍정적인면 이라기 보다는 포퓰리즘이 등장하는 배경으로서의 사회문제와 그로 인한 파급효과에 주목하는 관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